HIV/AIDS(에이즈)가 만성질환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다. 엄밀한 의학적 의미에서 에이즈는 만성질환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에이즈는 만성질환화 된 질병" 쯤 이겠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렇다. 이는 에이즈의 치료와 관리 가능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감기, 당뇨병, 고혈압 등은 현재로선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치료와 투약 그리고 자기관리를 통해 생명연장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지장 없는 질병이란 의미에서 만성질환으로 불린다.
에이즈도 그렇다. 물론 에이즈는 전파 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이는 B형 감염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의학은 에이즈가 '현대판 흑사병', '천형' 보다 '만성질환'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질병은 제 마다 고유한 은유를 가진다. 대부분의 경우 질병에 대한 은유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송민순 민주당 의원(전 외통부 장관)을 인터뷰 하며 기사 제목을 '국제 사회에서 앉은뱅이 된 이명박 외교'(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178)로 뽑았다.
'앉은뱅이'라는 표현은 이명박 정부 외교 정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수사다. '시사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앉은뱅이'란 하반신 마비를 가진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암적 존재', '앉은뱅이 외교' 등은 관용구처럼 쓰인다. 반면 낭만적으로 은유되는 질병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들은 이상하리만큼 백혈병을 많이 앓는다. 질병에 대한 은유가 가진 힘이다.
수전 손택이 이미 오래전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지적했듯 질병에 대한 은유는 사회구성원들을 블평등하게 옭아맨다. 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 질병이 바로 에이즈고 수전 손택도 이 점에 특히 주목했다. '죽음의 병', '게이 돌림병', '현대판 흑사병', '천형'... 에이즈에 덧칠해진 은유는 그야말로 잔혹하다. 게다가 동성애자라는 키워드와 결합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혐오와 공포를 불러내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
문제는 에이즈에 대한 은유 그리고 차별과 편견이 질병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의 질병이 드러났을 때 닥쳐올 파괴적 결과를 알면서도 병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관리하고, 치료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감염인에 대한 인권보장은 그것이 민주주의의 일반원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질병 예방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고민해야한다.
HIV/AIDS 그리고 감염인과 성적소수자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태도는 "병은 알려야 낫는다"는 우리의 지혜로운 옛 명제를 부정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at 2010/10/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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